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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한국드라마

드라마 [혼례대첩], 원녀와 광부는 산적이 아니다!

by 티라 2023.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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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혼례대첩>은 로운, 조이현 주연의 퓨전사극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조이현은 약간 미스캐스팅이었던 것 같고 로운은 찰떡캐스팅이었다. 로운은 다른 드라마에서 진지한 역할을 너무 코믹하게 연기해서 아쉬웠는데, <혼례대첩>에서는 원래 가볍고 코믹한 캐릭터를 맡아 아주 잘 어울렸다. 반면 조이현은 일단 한복부터가 안어울렸다. 의사가운과 교복을 입었던 다른 작품에서는 분명 맑고 청순한 이미지라서 한복도 당연히 잘어울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어색했다. 그리고 조이현은 <혼례대첩>에서 메이크업과 복식을 달리해 두 인물을 연기했는데, 두 인물이 다른 인물같지 않고 그냥 한 사람 같았다. 아직 두 사람을 연기하기에는 내공이 부족한 것 같다.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볼 때 중매쟁이 여주댁을 연기할 때는 천연덕스러운 중매쟁이 이씨처럼 했어야 했고, 좌상댁 며느리를 연기할 때는 정경부인처럼 묵직하게 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근데 원래 같은 작품 안에서 두 사람을 연기하는 건 연기를 진짜 잘해야 가능한 일이라서 이해는 한다. 연기를 정말 잘하는 사람은, 같은 메이크업에 같은 옷을 입고도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연기할 수 있다. 드라마 <빅>에서 공유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혼례대첩>은 조선 팔도의 노총각(광부), 노처녀(원녀)를 적극 응원한다. 임금이 원녀광부 소탕을 부탁한다고 말할 때마다 주인공들은 원녀와 광부가 산적이냐며 화를 낸다. 그렇다. 원녀와 광부는 짝을 찾지 못해 외로운 사람들일 뿐, 절대 나쁜 사람들이 아니다. 그리고 너무 정부 입장에서 결혼을 권장하니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은데, 한 개인의 삶을 위해서라도 결혼은 적극 권장되어야 한다. 결혼을 해야 가족이 생기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회사생활과 결혼생활을 병행하며 일생을 보낸다. 그런데 나는 회사생활과 결혼생활을 끝까지 잘 마치는 것이 인생에 있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중간에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결승선까지 가면 반드시 얻는 것이 있다. 물론 잃는 것도 있을 것이다. 고생하느라 얼굴도 상하고 마음도 상할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회사에서 은퇴를 앞둔 분들이나, 부모님 또는 조부모님을 보면 대충 알 수 있다. 회사생활을 지속하면 곧 그분처럼 될 것이고, 결혼생활을 지속하면 곧 부모님과 조부모님처럼 될 것이다. 회사와 가정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소중한 사회안전망이다. 그래서 <혼례대첩>의 임금과 대신들도 어떻게든 원녀와 광부를 혼인시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지금의 대한민국 정부 역시 마찬가지 상황에 놓여있어서 은근히 공감이 갔다. 

<혼례대첩>은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스토리 전개 속도도 빠르며, 다음 상황을 예측하기도 어렵고 떡밥 회수도 확실해서 참 재밌게 봤다. 마지막이 애매한 해피엔딩이라 살짝 아쉽긴 하다. 원래 마무리가 어려운 법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한 확실한 해피엔딩은 이렇다. 좌상댁은 정경부인의 욕심으로 인해 와장창 무너지고, 그집 딸과 손자는 죽은 것으로 위장하고 산속에 숨어서 농사꾼 남편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산다. 그리고 주인공 의빈(로운)과 순덕(조이현)은 사회적으로 당당하게 명예를 되찾고 임금의 결혼 허락도 받아 재혼을 하여 똑똑한 아이도 낳고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다. 이런 엔딩이었으면 정말 맘에 쏙 들었을텐데 약간 아쉽다. 정경부인의 딸과 손자에게 벌을 내리기 싫었던 걸까? 근데 왜 주인공들이 그들 대신 잘못한 것도 없는데 벌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마지막에 정경부인이 며느리 뺨 때리는 것도 어이없었다. 자기 딸이 혼례를 망치고 뛰쳐나간 것을 기적적으로 수습해준 게 며느리인데, 모든 걸 망쳤다며 며느리한테 화풀이를 한다. 병판댁 사위가 아니라 농사꾼 사위를 얻어서 우리 집안을 망쳤다는 게 이유다. 애초에 혼례장을 뛰쳐나간 딸이 원인인데 어이가 없었다. 철딱서니 없는 좌상댁 딸은 벌을 받아야 마땅한데 행복하게 잘 살아서 좀 짜증났다. 괜히 애꿎은 주인공들만 죽은 척 위장하고 숨어서 조선 팔도를 떠돌며 살게 되는 엔딩이라니 뭔가 못마땅하다.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정말 재밌게 본 작품이다. <혼례대첩>은 다음 장면이 궁금해서 계속 보게 되는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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