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수목드라마 <로스쿨> 정주행 후기
전반적 드라마 분위기
넷플릭스에서 1위를 차지했던 드라마 로스쿨을 1화부터 끝까지 정주행한 후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우선 굉장히 완성도 높은 작품이고, 배우들의 연기력 또한 흠 잡을 데 없다. 드라마를 보다보면 연기를 잘하는 배우와 그렇지 못한 배우가 같이 대화를 하면 연기력 차이 때문에 몰입감이 떨어질 때가 있는데, 드라마 로스쿨은 그런 걱정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편안하게 정주행할 수 있다. 그리고 1화부터 떡밥이 엄청 뿌려지는데, 모든 것들이 완벽하게 회수가 될 뿐만 아니라 드라마가 종료되며 남기는 교훈과 여운까지도 퍼펙트하다. (어떤 교훈인지는 로스쿨 마지막회 리뷰에서 다뤘다.)
드라마 로스쿨 제작 의도는, 대한민국 법조계를 현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 같다. 너무 절망적이거나 희망적이지 않게, 가장 현실에 가깝게 보여준 것 같다. 드라마를 하드캐리하는 양종훈이 제자들에게 설명하는 척하면서, 대놓고 시청자들에게 법을 쉽게 가르쳐주는 장면도 많이 나온다. 판사, 검사, 변호사가 멋있게 또는 악랄하게 표현되는 다른 법조계 관련 작품과 달리, 드라마 로스쿨은 재판 하나 하나를 충실하게 다루는 데 집중해서 같은 법정 배경이라도 진부하지 않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로스쿨이 생긴 이후 처음 로스쿨을 다룬 드라마이기도 하다.
드라마 로스쿨에는 뚜렷한 로맨스가 나오지 않는다. 철저하게 스토리에만 집중한다. 드라마 로스쿨은 그만큼 상당히 복잡하게 얽힌 스토리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걸 한치의 오차도 없이 치밀하고 정교하게 풀어나가느라, 로맨스를 다룰 시간이 없어보이기도 하다. 물론 분량을 늘리면 가능하긴 하겠지만, 한국 드라마에는 언제나 로맨스가 나온다는 진부한 점을 깨줘서 좋았다. 농담처럼 의학드라마의 경우 미국의사는 사람을 살리고 일본의사는 교훈을 주고 한국 의사는 연애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사실 양종훈이 과거 자신을 짝사랑했던 배심원과 밤 산책을 나서는 장면과, 한준휘가 강솔A를 애정어린 눈빛으로 바라볼 때는 로맨스 냄새가 살짝 나긴 했지만 딱 그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인물 분석
양종훈과 한준휘가 명탐정 코난처럼 척척 사건을 해결해나갈 때, 강솔A는 인간적인 면모로 드라마의 숨쉴 구멍을 만들어준다. 다들 무슨 법만 아는 기계처럼 쉴새없이 움직여서 머리가 아픈 와중에, 강솔A와 민복기, 그리고 복사집 사장님이 그나마 티키타카를 통해 이 인간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걸 그나마 좀 느끼게 해준다. 로스쿨에 다닌다고 해서 법전 자판기마냥 법 조항이 툭 튀어나오는 공부 괴물들만 있는 곳이 아니라는 걸 알려준다. 그래도 괴물 맞긴 하다. 개인적으로 공부도 운동처럼 하나의 재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노력만으로는 도저히 커버가 안되는 경지가 공부 세계에도 있다. 그러니 만약 아무리 잔소리해도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너무 비난하지 말자. 공부도 재능이다. 노력만 하면 누구나 김연아 선수처럼 될 수 있는 게 아닌 것처럼, 공부도 마찬가지다. 99%의 노력과 1%의 재능이라는 말이 어느 정도는 맞다. 참고로 공부머리는 모계 유전이다.
강솔A의 패션이 너무 좋다. 스스로 코디한건지 누가 입혀준건지는 알 수 없지만, 응답하라 시절부터 꾸안꾸의 정석이라고 느꼈다. 스타일링을 할 때, 자신이 맡은 배역의 처지와 상황과 성격 그 모든 걸 고려해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코디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이마에 붙인 포스트잇, 앞머리를 대충 올려꽂은 머리핀, 단정한 똥머리가 아닌 대충 묶은 만두머리, 과하지 않은 생얼메이크업까지 완벽했다. 그렇다고 후줄근한 느낌을 주지도 않았다는 게 대단한 점이다. 빡공하느라 후줄근하게 입었지만, 이상하게도 굉장히 자연스러우면서 학생같으면서 열공하는 느낌도 나는데 후줄근하지는 않고 단정하고 예쁘고 잘어울리기까지 하다!!! 이런 게 꾸안꾸 아니겠는가. 세미정장룩으로 입은 강솔B보다 후드티를 걸친 강솔A가 더 편안하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진짜 로스쿨 학생을 데려다놓은 느낌이 퐉퐉 들었다.
강솔B의 엄마 한혜경도 대박이었다. 진짜 헬리콥터맘의 끝판왕을 보여준다. 애기도 아니고 중딩도 아니고 무려 로스쿨인데다가 강솔B 스스로도 이미 매우 똑똑한데도 불구하고 엄마가 곁에서 끊임없이 과외를 붙여주고 시험족보를 분석해주고 약한 분야까지 파악해서 보강하게 해준다. 이런 답답함에 딸이 벗어나려고 하면 엄마 죽는 꼴 보고싶냐며 협박하는 것까지 정말 지금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힌다. 자식뿐만 아니라 남편까지 옥죄는 모습은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떠올리게 한다. 이미 잘나가는 의사 아들에게 대학병원 병원장이 되라며 압박하는 어머니, 서울대 의대에 보내기 위해 고등학생 아이들을 옥죄는 엄마들, 남편과 자식들 모두 사회에서 잘나가게 만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아내들... 솔직히 이런 엄마들은 집에서 남편과 자식들을 보좌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인물들이다. 넘치는 그 열정과 에너지로 자기 사업을 해야 하는 여성들이라고 본다. 그럼 정말 잘될텐데. 가족들을 자기맘대로 조종하려고 하니 비극이 벌어지는 것 같다.
끝으로
아직 드라마 로스쿨을 안본 사람이 있다면, 추천할만한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근데 솔직히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는 아니다. 깊이 깊이 빠져들어서 몰입해서 봐야할 작품이다. 우리나라의 썩은 정치판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동시에 합법적인 방법으로 이를 심판하고 단죄해서 카타르시스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숨가쁘게 전개되는 드라마라서 고구마 먹는 느낌도 없다. 계속 뭐지? 뭔 상황이지 이게? 헐 이럴수가! 하면서 보게 된다. 근데 솔직히 현실적으로 법조계를 그리긴 했지만 양종훈, 한준휘, 강솔A처럼 정의의 사도로 제 한몸 던지는 사람이 현실에도 있을까 싶긴 하다. 양종훈은 정의로운 길을 걷다가 수차례 목숨이 위협당한다. 주인공 버프로 죽음의 문턱에서 계속 살아돌아오긴 하지만 현실에서도 이렇게 생명이 위협당한다면, 과연 누가 정의로운 길을 갈까 싶다. 그러나 고형수처럼 사는 인간들은 반드시 언젠간 벌을 받는다고 믿는다. 이 세상에는 진실을 파헤치는 정의로운 두더지들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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