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로스쿨 16화 리뷰 : 로스쿨 마지막회
정의를 실현하는 강단
드라마 로스쿨 16화는 15화에서 어떻게 고형수를 잡아들일 수 있었는지 그 내막을 보여준다. 양종훈은 고형수에게 영장을 발부하고 그의 죄를 미리 외부에 알리려고 한다. 피의사실을 공표해버리는 것이다. 후배 이한주 검사는 양종훈에게 '어떻게 막강한 권력을 가진 고형수에게 자신이 그런 일을 할 수 있겠냐'라고 묻지만, 양종훈은 '고형수가 자기 손으로 헌재에 피의사실 공표죄 폐지 법안을 제출한 상태라서 괜찮다'며 웃는다. 결국 양종훈이 진형우를 이용해서 큰 그림을 그려 고형수가 자기 손으로 자신을 묶는 자승자박의 상황에 빠지도록 만든 것이다. 장 형사는 이제 양종훈의 편이 되어 그를 도와 고형수를 체포하는 데 힘쓴다. 고형수는 자신의 차 안에서 긴급 체포되고, 그 차로 경찰서까지 가게 된다.
김은숙은 이만호의 아들 제임스의 신변이 위험에 처할까 봐 고형수에게 그의 변호를 맡겠다고 한다. 변호사의 비밀유지 의무 때문에, 고형수에 대한 비밀을 많이 알고 있는 김은숙이 그의 변호를 맡게 되면 고형수에게 유리한다. 그래서 고형수는 흔쾌히 김은숙의 덫에 걸려든다. 로스쿨 교수인 김은숙은 특별변호인이 아니면 변호사 활동을 할 수 없다. 특별변호인을 선임하려면 고형수가 기소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는 당연히 기소되는 걸 원치 않는다. 따라서 김은숙은 불기소 처분을 위해 박근태 변호사가 자기 대신 열심히 뛰어줄 거라고 웃으며 말한다. 물 흐르듯이 고형수와 박근태를 이용해 먹는 김은숙의 모습, 크...! 역시 사람은 머리가 좋아야 몸이 고생을 안 한다.
고형수가 피고인이 된 법정에서 박근태는 기두성과 최재철을 신문한다. 기두성은 술술 다 불어버리고, 최재철은 고형수를 지켜주려고 거짓 증언을 했지만 실수로 '업무'라는 은어를 쓰는 바람에 망한다. '업무'는 댓글 조작을 의미하는 은어를 뜻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 단어를 듣자 고형수가 인상을 찡그리며 최재철을 노려보고 박근태는 신나서 신문을 마친다. 그리고 이한주 검사는 '업무'에 관한 증언을 듣기 위해 에리카 신(강단)을 재정 증인(재판 도중에 신청하는 증인)으로 법정에 불러들인다. 강솔A는 에리카 신(강단)인 척하면서 고형수에게 댓글조작을 요청해 증거를 확보했다. 그리고 강단은 고형수와의 통화내용을 녹음해서 법정에 제출한다. 그건 강단이 고형수의 '업무'를 견디지 못하고 외국으로 도망쳤기 때문에 자신의 동생인 강솔A에게는 업무를 하지 말아 달라고 말하는 내용이었다. 한번 속았던 고형수는, 법정에 등장한 사람이 진짜 에리카 신인지 밝혀야 한다고 마지막 몸부림을 치지만, 그건 진짜 강단이었다. 고형수 때문에 오랫동안 고통받던 강단은 이렇게 깔끔하게 복수에 성공하고 동생 강솔A도 구한다.
양종훈의 배후
정의변론대회를 앞두고 골머리를 앓는 강솔 A는 정의의 여신상 앞에서 고민한다. 드라마 로스쿨에서 정의의 여신상 앞은 의자도 없는데 무슨 만남의 광장처럼 활용된다. 양종훈이 고민하던 강솔A에게 다가와 조언을 해준다. 강솔이 자신은 리걸마인드가 부족하다'라고 한탄하자 양종훈은 '리걸마인드는 법률가들의 특권의식이 빚어낸 허상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이때 양종훈을 잘 보면 정의의 여신상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모습이 나온다. 그는 지치고 흔들릴 때마다 그 앞으로 와서 마음을 다잡았던 것이다.
정의의여신상 앞을 지나며 박근태는 혹시 양종훈의 배후가 김은숙 아니냐고 묻는다. 이에 김은숙은 대답 대신 힘차게 정의의여신상 포즈를 취한다. 이를 본 박근태는 아연실색한다. 양종훈의 배후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법조인으로서의 양심이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박근태는 전형적으로 돈만 좇는 변호사다. 솔직히 변호사가 되기 위한 가장 큰 동기는 '돈'일 것이다. 돈이 아니라 법적으로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라거나, 양종훈처럼 정의구현을 위해 노력하려고 법조인이 되려는 사람보다 돈 많이 벌려고 로스쿨 다니는 사람이 99% 일 것이다. 다른 직업군도 마찬가지다. 투철한 직업정신보다는 그 직업이 주는 경제적 여유를 보고 지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박근태도 그런 사람이다. 그게 좋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게 현실이다. 그런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굴하지 않아도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걷는 양종훈 같은 사람이 있음에 박근태는 놀라게 된 것이다.
성장해가는 로스쿨 학생들
김은숙은 리걸클리닉 센터장이 되고, 강솔A와 전예슬과 민복기는 센터에서 일하며 변호사시험을 준비한다. 강솔B는 집에서 가족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의사가 직접 보도록 해서 드디어 제대로 된 정신과 상담을 받는다. 강솔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엄마 한혜경의 찍어 누르는 대화 방식이 가장 큰 문제였기 때문에 속이 다 시원해지는 장면이었다.
전예슬은 데이트 폭력을 당했던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고 그 힘을 자신과 같은 처지에 빠진 사람들을 돕는 데 사용한다. 믿었던 사람에게 폭행을 당한 피해자들은 전예슬을 찾아와 법률상담을 받는다. 전예슬은 피해자를 통해 과거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안타까워하고, 그 분노의 힘으로 최선을 다해 상담하러 온 사람을 돕는다.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한 뼘 더 성장한 것 같다.
강솔A도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자신의 아픔을 딛고, 같은 아픔을 겪는 중인 사람들의 법률상담을 성심껏 돕는다. 가정폭력범이 배우자만 폭행하고 아이들은 때리지 않은 경우에도, 배우자가 폭행당하는 모습을 수차례 지켜본 것만으로도 이미 정신적 아동학대에 해당한다며 관련해서 인정받은 판례를 들고 오는 모습을 보고 김은숙은 뿌듯해한다. 강솔A는 워낙 공감능력이 좋아서 자신이 직접 겪지 않은 사건이라도 충분히 기를 쓰고 도와주는 사람이긴 하다. 사실 법률 공부만 잘한다고 다 좋은 법조인이 되는 건 아니다. 상대방의 아픔에 공감하고 이를 돕기 위해 노력할 줄 아는 강솔A 같은 사람이 세상에는 많이 필요하다.
서지호는 진형우를 만나, 민사소송도 승리했지만 형사소송에서도 승리할 거라고 말한다. 피의사실 공표죄가 합헌으로 결정 나면 중단되었던 진형우의 재판이 재개되는데, 그때는 반드시 승리할 거라고 서지호가 진형우에게 엄포를 놓는다. 진형우는 겉으로는 웃는 여유를 보이지만 속은 후배들에게 개무시당해서 씁쓸하다. 서지호는 당신 같은 법조인이 되지 않겠다며 자리를 떠난다.
양종훈과 빈센조의 차이
한편 오랫동안 공들인 끝에 드디어 고형수를 감방에 보낸 양종훈은, 불 꺼진 모의법정에 혼자 앉아 조용히 고뇌한다. 양종훈은 고형수의 면회를 가서 서병주에게 준 게 뇌물 맞냐고 다시 한번 묻지만, 비열한 고형수는 일사부재리의 원칙(한번 재판결과가 확정되고나면 다시 재판하지 않는 것) 모르냐며 끝내 그가 원하는 답을 주지 않는다. 이때 김명민 배우의 눈빛 연기가 압도적이다. 김명민은 드라마 로스쿨이 다른 작품보다 100배 더 힘들었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난 솔직히 김명민의 연기가 이미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로스쿨을 보니까 지금까지 보여준 연기를 훨씬 더 뛰어넘은 느낌이다. 아무런 대사를 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대사가 들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모의법정에서 홀로 고인이 된 서병주를 생각하던 양종훈은, 서병주와 마음으로 대화를 한다. 서병주는 '네가 증명해줬구나, 법은 정의롭지 않다던 내 말이 틀렸다는 걸...' 하며 사라진다. 양종훈은 마음속으로 함께 고형수를 잡으려고 노력했던 로스쿨 스터디 학생들을 떠올리고, 서병주와 고형수의 얼굴도 떠올린다. 그리고 입을 굳게 다물며 마음가짐을 새로이 정돈하고 모의법정을 박차고 나간다. 그가 당당한 걸음걸이로 들어간 곳은 형법 수업 강의실이다. 양종훈은 앞으로도 미래의 법조인이 될 제자들을 바르게 가르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암시가 느껴진다.
양종훈은 그 어떤 불법행위도 저지르지 않고 오로지 법의 힘으로 고형수를 단죄한다. 최근에 종방한 드라마 <빈센조>와 다른 점이다. 빈센조도 엄청난 작품이지만, 거기서 주인공은 악당들을 벌하기 위해 스스로 더 잔인한 악마가 된다. 나쁜 놈들을 잡기 위해서는 법만으로는 부족하고 각종 폭력과 불법행위를 통해서만 그들을 벌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빈센조 마지막회는 주인공 얼굴이 클로즈업되면서 '악은 견고하다'고 말하며 끝이 난다. 그러나 드라마 <로스쿨>에서 주인공 양종훈은 그 어떤 폭력이나 불법도 저지르지 않고 철저하게 합법적인 길만 걸어서 악당을 잡는다. 난 이 결말이 더 맘에 든다. 빈센조 마지막회 리뷰에도 썼지만, 개인적으로 '악은 견고하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악한 행위는 또다른 악을 부른다. 그렇다고 모든 죄를 용서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사회적으로, 법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합법적으로 적정 수위 내에서 죄를 물으면 된다. 그 처벌 수위가 성에 차지 않을지라도 그렇게 하는 게 맞다. 법은, 감정적인 복수가 아니라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처벌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검사가 된 한준휘, 변호사가 된 강솔A가 양종훈과 함께 나란히 걸어가는 장면에서, 드라마 로스쿨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하며 끝이 난다.
법은 불완전한 정의다. 그러나 법을 가르치는 순간, 그 법은 정의여야 한다.
정의롭지 않은 법은, 가장 잔인한 폭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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