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로스쿨 1화 리뷰

드라마 로스쿨
드라마 <로스쿨> 1화에서는 로스쿨 교수 서병주가 사망하며 본격적으로 사건들이 펼쳐진다. 첫화에서는 떡밥만 잔뜩 던진 것 같다. 첫화답게, 가장 충격이 큰 시점인 2020년 10월 현재부터 시작한다. 대학교에서 교수가 죽다니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후 2020년 3월과 10월을 오가며 이 사건에 얽힌 미스터리가 하나씩 풀려나간다. 양종훈 교수는 강솔A가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는 압박감에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매섭게 몰아붙이며 수업을 한다. 솔직히 대학에서 이렇게 학생을 다그치면서까지 열정적으로 수업하시는 분은 겸임교수 아니면 거의 못봤다. 이상하게 정규직 교수보다 계약직 교수들이 더 학생들을 사랑하시고 수업도 성의있게 준비해오는 것 같다. 아무튼 드라마니까, 양종훈 교수는 엄청난 열정으로 학생들이 무서워할 정도로 열심히 수업을 한다. 고등학교때나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잔소리도 하고 그렇지, 대학교에서는 교수가 내 이름을 아는 게 신기할 정도로 학생에게 관심이 없다. 시험도 학점도 알아서 개척해야 한다. 그리고 교수의 질문에 열정적으로 대답하는 학생도 없다. 대답할 때마다 점수를 준다고 하지 않으면 말이다. 하지만 드라마니까, 강솔A가 대답하지 못하자 다른 학생들이 나서서 대신 대답할 정도로 다들 열정이 넘친다.
열정 넘치는 교수와 학생 말고도 신선했던 점은, 지루할거라고 생각했던 판례를 빠르고 쉽게 그리고 마치 내 얘기인 것처럼 몰입감을 확 높여서 설명하는 수업 방식이었다. 뭔가 로스쿨 하면 딱딱할 것 같다는 예상을 깨고, 법과 판례가 우리의 일상 속으로 유튜브 뉴스처럼 스며든다. 드라마니까 그랬겠지만, 실제로도 대학교 수업이 이렇게 흥미진진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겼다. 물론 현실에 양종훈 교수 같은 사람은 없다. 강주만 부원장 정도가 그나마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다. 솔직히 강주만 역을 맡은 배우를 다른 드라마에서 봤을 땐 진짜 회사원을 드라마에 섭외한 줄 알았을 정도로 완전 대기업 임원 느낌 뿜뿜이었는데, 그사이 많이 배우같아져서 이제 그 정도는 아니게 됐다.
로스쿨 교수의 죽음
서병주 교수는 뇌물로 받은 땅을 팔아 번 돈을 로스쿨 발전기금으로 기부한다. 서병주 교수 측은 뇌물을 받았을 당시 이것을 선물이라고 주장하고, 양종훈 교수는 당시 검사로서 이를 반박하며 뇌물임을 입증하려 애썼으나 결국 실패하고 법복을 벗게 된다. 근데 뇌물 입증을 실패했다고 검사직을 내려놓아야 하는 것도 웃긴다. 그럼 검사들은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바로 짤려야되는 건가? 아무튼 서병주 교수는 뇌물을 로스쿨에 기부한 셈이므로, 이를 아는 사람들은 발전기금을 찝찝한 돈으로 여긴다. 해당 기금은 로스쿨 내에 모의법정을 세우는 데 쓰인다. 뇌물이라도 좋은 곳에 쓰였으니 괜찮은걸까? 그건 아닐 것이다. 서병주 교수의 뇌물수수는 지워지지 않는 사실이 되었다.
지은 죄가 많은 사람이라 그런지 죽었는데도 눈물 흘리는 사람이 하나 없다. 울기는커녕 로스쿨 학생들은 학점을 따기 위해 도서관에 모여 가열차게 공부에 박차를 가한다. 이 모습을 보고 강솔A는 분통을 터뜨리며 모두들 사이코패스라고 화를 내지만, 사실 어쩌면 이게 현실일수도 있다. 교수가 죽은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슬퍼하고 있다가 내 학점 날아가면 당장 장학금이며 내 앞날이 휘청거리니 마냥 넋놓고 있을 수도 없다. 학생들은 그렇다쳐도, 동료 교수들마저 슬퍼하기보다는 자살인지 타살인지에 초점을 맞추느라 분주하다. 서병주 교수의 장례식에서 가족들이 통곡하거나 주변 사람들이 애도하는 모습은 드라마에서 나오지 않는다. 객관적으로 사건을 분석하기만 한다. 서병주 교수는 주변에 사랑을 베푸는 온정주의자는 아니었나보다.
성범죄자 이만호
드라마 <로스쿨>에서는 누구나 분노할만한 설정의 성범죄자인 이만호가 등장한다. 자신의 범행이 술에 취해 기억이 안 난다며 감형을 받은 악랄한 성범죄자다. 게다가 자신의 재판을 맡았던 판사를 찾아가 정신적 충격을 줘서, 병원에 실려가게 만드는 인간이다. 연기를 잘해서인지 실제 범죄자인가 의심될 정도로 번들거리는 얼굴과 비열한 눈빛이 드라마 분위기를 더 진지하고 무겁게 만든다. 평범한 시민이라면 두려워할만한 인물을, 양종훈 교수는 서슴없이 자신의 연구실로 불러서 단둘이 밀폐된 공간에 있게 된다. 이만호의 성폭행 현장을 목격한 학생이 당한 뺑소니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가 이만호이기 때문에 그를 불러서 뺑소니 차량번호에 대한 증언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두 개의 사건이 서로 얽혀있어서 복잡하게 느껴지지만 간단하다. 이만호의 성폭행 사건을 '사건A'라고 하고 어떤 학생이 뺑소니를 당한 사건을 '사건B'라고 하면, 사건A의 목격자는 사건B의 피해자고, 사건B의 목격자는 사건A의 가해자인 셈이다. 그리고 사건A의 가해자는 법의 심판을 받고 전자발찌를 차고 있는 상태지만, 사건B의 가해자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상태다. 이를 밝혀내기 위해 양 교수는 사건B의 유일한 목격자 이만호를 부른 것이다. 그런데 뻔뻔하게도 이만호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으면서 오히려 양종훈의 임신 중인 아내가 이만호 때문에 충격으로 하혈을 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더러운 표정으로 실실 웃는다. 놀라운 건 양종훈이 이만호의 도발에 절대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집요하게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듣기 위해 이만호를 구슬린다는 것이다. 진짜 저세상 멘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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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혜영 배우
드라마 <로스쿨>에 류혜영 배우가 나와서 뭔가 반가웠다. 연기도 연기지만 역할에 잘 어울리면서도 꾸민듯 안꾸민듯 자연스럽게 꾸안꾸 룩을 선보여서 너무 맘에 든다. 편안한 추리닝 차림이지만 추레하지 않은, 단정하고 무난한 옷 위주로 입어서 실제로 그대로 따라입어도 될 것 같다. 실제 로스쿨 학생들도 진짜 추리닝 입고 공부한다. 방대한 공부량을 소화해야하는 만큼, 그냥 정말 고시생룩이다. 물론 대충 입은 건 아닐거다. 드라마 주인공이니까 엄청 신경써서 입었을 것이다. 원래 안꾸민 것처럼 보이면서 나한테 잘 어울리고 장소에도 맞게 입는 게 제일 어렵다. 아무튼 진짜 열공하는 대학원생 느낌이 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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