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볼드타입> 시즌1: 5화 리뷰
들어가면서
미드 <볼드타입> 시즌1의 5화, '샴페인룸에서 페미니즘은 사양합니다'는 사실상 샴페인룸도, 페미니즘도 딱히 상관없는 내용이다. 언제나처럼 캣, 서튼, 제인의 이야기가 정신없이 돌아가며 나온다. 사실 다양한 이야기를 빠르게 즐긴다는 장점도 있지만, 모든 얘기가 너무 가볍고 짧게 치고 지나간다는 건 아쉬운 점이다. 그렇다고 너무 질질 끄는 것도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최소한 한 사람의 이야기에 어느 정도 집중할 수 있으면 더 재밌을 것 같다. 그래서 세 사람의 이야기에 감정이입할 시간이 부족하다. 캣의 연애, 제인의 소송, 서튼의 이직 모두 큰 이슈들이다. 하지만 최소한 한 화에 한명씩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뷔페처럼 이것저것 한입씩 먹기보다는 제대로 된 식당에서 완벽한 한 끼 식사를 하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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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의 이야기
서튼은 사무직 비서에서 패션업계로 이직하려고 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적은 연봉에 충격을 받고 고민에 빠진다. 비록 높은 연봉의 경영 관련 일자리에 거의 채용될 뻔하고도 패션업계에 더 매력을 느끼고 그 자리를 거절한 서튼이지만, 그래도 지금보다 더 적은 월급은 좀 아닌 것 같다고 느낀다. 그래서 고민 끝에 당당하게 연봉 협상에 나선다. 사실 학력위조 거짓말 때문에 잘릴 뻔하다가 겨우 채용된거라 연봉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은 아니다. 그럼에도 구내식당 이용복지 등을 요구하여 겨우 협상에 성공한다. 난 이 부분이 굉장히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직장인으로서 매일 드는 밥값은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꽤 크다. 그래서 밥을 제공하는 회사는 상당히 복지가 좋은 편이라고 확신한다. 서튼은 합리적으로 연봉 협상을 해낸다는 점에서 이번 편에서 가장 영리하게 보인다.
제인은 스트리퍼에 대한 기사를 썼다가 고소를 당하고 패닉에 빠진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철이 없었던 제인은, 해당 스트리퍼 '스탠리'를 그저 덮어놓고 훌륭한 사람이라고 찬양하기만 하면 문제가 없을 줄 알았던 것이다. 스탠리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전체적인 '스트리퍼 직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는다. 결국 스탠리는 자신의 직업이 세상에 알려져 아들이 학교에서 퇴학당하는 수모를 겪는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점은, 제인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제인이 일하는 회사 '스칼렛'의 전담 변호사는 제인에게 '말도 안되는 이유로 아이를 퇴학시킨 학교가 잘못'이라고 말하며 한 조각의 위안을 선사한다. 그럼에도 제인은 직접 스탠리를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원만한 법적 합의를 마친다. 학교 입장에서는 학부모가 스트리퍼라는 사실이 학교 이미지에 타격을 주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스탠리 입장에서는 엄마라는 이유로 자기 인생을 자유롭게 살 권리를 포기하기 싫었을 것이다. 제인 입장에서는 스탠리에 대한 훌륭한 기사를 쓰면 사람들이 스트리퍼를 더 이상 이상한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사 모든 건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다행히 법적으로 큰 충돌은 없었지만, 제인이 이 일을 계기로 다시한번 생각했으면 한다.
캣은 무슬림 동성애자 '아디나'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의 곁에 이미 '코코'라는 애인이 있다는 것 때문에 고뇌에 빠진다. 아디나는 옛 애인과 정리하고 캣과 진지한 만남을 시작하려고 하지만, 막상 눈앞에 새로운 연애가 닥치니 캣이 멘탈을 잡지 못하고 흔들린다. 결국 아디나는 코코에게 돌아가고, 그런 아디나를 뒤늦게 캣이 잡아보지만 이미 물 건너 간 일임을 깨닫고 멍 해진다. 캣은 여기서 '동성애'가 문제가 아니라, '진지한 관계'가 문제라고 말하지만 내 생각엔 아닌 것 같다. 정확히 말하면 '진지한 동성애 연애'를 시작하기가 무서웠던 거다. 지금까지 한번도 안해봤던 거니까 말이다. 자고로 골치아플 땐 몸을 빡세게 굴려서 생각을 못하게 만들어야 오히려 생각이 정리되고 머리가 시원해진다. 캣도 회사 이벤트 '스칼렛라이딩'으로 스피닝을 미친듯이 해서 땀을 쫙 뺀 후 고민이 해결되어 다시 아디나를 찾아갔던 거다. 하지만 내가 아디나였어도 왔다갔다 하는 인간을 믿고 3년 사귄 애인을 차버리진 못할 것 같다. 캣은 그렇게 아디나에게 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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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하며
개인적으로는 스토리가 너무 짧게 치고 지나가기보다는, 좀더 진중하게 무게를 두고 한명씩 돌아가면서 진행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제인은 소송 일을 계기로 오히려 스탠리와 친구가 되고, 캣은 아디나와 사귀진 못하지만 아디나뿐만 아니라 코코와도 친구가 되고, 서튼은 새로운 상사와 좀더 유의미한 교감을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감정선을 좀 더 깊게 살렸으면 더 재미와 감동이 진하게 다가왔을 것 같다. 그리고 셋다 동시에 깊은 고민에 빠지니, 친구로서 서로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줄 정신이 없는 것도 문제점이다. 한 사람이 고민하면 두 사람이 들어주는 방식이 드라마 진행 상으로도 훨씬 더 안정감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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