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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한국드라마

[드라마] 로스쿨 9화 리뷰 : 비겁한 유승재

by 티라 2021.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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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추천 <로스쿨> 9화 리뷰

드라마_로스쿨_유승재

 

전예슬을 지켜주는 사람들

드라마 로스쿨 9화는 전예슬이 쓰러진 고영창의 피를 보고 당황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전예슬은 119에 떨리는 손으로 전화하는데, 이때 홍길동처럼 동에번쩍 서에번쩍하는 양종훈이 나타나 전예슬의 휴대폰을 낚아채 대신 차분하고 신속하게 신고해준다. 그리고 강솔A와 한준휘가 전예슬에게 달려와 정신없는 전예슬을 살뜰하게 보살펴준다. 강솔A는 따뜻한 마음을, 한준휘는 냉철한 이성을 갖고 있다. 강솔A는 전예슬의 상태를 걱정하고, 한준휘는 기절한 전예슬을 업고 달리면서도, 고영창의 아버지인 고형수 의원이 전예슬을 증거인멸과 도주우려로 긴급체포시킬 것을 걱정한다. 한준휘는 전예슬과 고영창이 입원한 병원까지 따라가서 고형수가 전예슬에게 행패부리는 것을 막아준다. 전예슬을 이성으로서 좋아해서가 아니라, 고형수에 비해 아무런 힘이 없는 친구를 돕는 마음으로 갔다는 게 참 좋다.

고형수는 입원한 상태인 전예슬에게 찾아가 노발대발 화를 내며 당장 경찰서로 출두하라고 소리치지만, 한준휘는 경찰들을 막아서며 상태가 좋아지면 자진출두하게 해달라고 냉철하게 요청한다. 고형수의 감정적인 모습보다 냉철하게 상황에 맞는 말을 하는 한준휘의 모습이 참 좋다. 내가 그럴 수 없는 인간이라서 그런 것 같다. 사실 인간으로서 극한의 상황에 처했는데 냉정하게 말하고 행동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게 판단하는 사람이 이기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은 내 사건에 나만큼 감정이입하지 않고 다들 냉정하기 때문이다. 한편 강솔A는 전예슬의 기숙사 방에서 동영상으로 증거물을 촬영하며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음을 자료로 남겨둔다. 

한준휘의 말을 무시하고 경찰서로 억지로 끌고 가려는 경찰들을 양종훈이 막는다. 양종훈은 드라마 주인공이라서 그런지 홍길동처럼 동에번쩍 서에번쩍 문제상황마다 어디든지 나타나는 것 같다. 양종훈은 경찰들에게 '날 어설프게 긴급쳏포했다가 그 망신을 당해놓고 또 그러냐'는 말을 하며 그들을 무안하게 만든다. 솔직히 경찰이 잘못했다기 보다는 그들은 고형수에게 이용당한 일종의 피해자이긴 하다. 경찰이나 검찰이나 하는 일은 비슷한데 왜 검사는 존경받고 경찰은 무시당하는지도 참 억울한 일이다. 솔직히 현장에서 온몸으로 부딪치는 경찰이 더 힘들다. 경찰 관련해서는 드라마 <라이브>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양종훈은 경찰들에게 전예슬 긴급체포를 강요하는 고형수에게, 고영창이 불법촬영물 유포하려다 사고를 당했다는 진실을 넌지시 알려주며 힘을 못쓰게 만든다. 

따뜻한 명탐정, 김은숙 교수

김은숙은 유승재와 관련하여 과거 일들을 회상한다. 과거 자신이 임신했을 때 로스쿨에서 강의 도중 이만호 때문에 혈압이 올라 하혈한 적이 있는데, 그때 자신을 신속하게 도와준 게 유승재였다. 유승재와 그의 아내는 산부인과 전공의로, 김은숙을 친절하게 치료해준다. 그리고 유승재는 입원 후 병실에서 일하던 김은숙의 고장난 노트북을 고쳐준 적이 있다. 이때 김은숙 모르게 유승재는 시험문제를 우연히 보게 된다. 견물생심이라고, 나쁜 마음이 없다가도 막상 보게 되면 마음이 흔들린다. 유승재가 딱 그런 경우다. 그리고 유승재는 로스쿨 공부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아내와 차 안에서 다툰다. 아내는 유승재와의 사이에서 임신이 되지 않아 인공 시술을 받느라 힘들어하는 상황이라 그를 이해해줄 여유가 없다. 

김은숙은 양종훈과의 대화를 통해, 유승재가 양종훈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줄 유일한 목격자라는 걸 차츰 깨닫는다. 유승재가 김은숙과 강주만의 노트북을 고쳐주며 시험문제를 알아낼 기회를 얻었지만 양종훈의 노트북은 고쳐준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김은숙은, 유승재가 양종훈의 시험문제를 알아내기 위해 그의 연구실에 침입했다는 것을 추리해낸다. 김은숙은 유승재와 대화할 때를 떠올린다. 유승재는 '교수님 때문이에요'라며 원망하는 말을 하고 죄송하다며 연구실을 떠난다. 김은숙은 자신의 시험문제에서 틀린 부분까지 똑같이 따라한 유승재의 답안지 때문에 확실히 유승재가 양종훈 연구실에 몰래 들어온 게 맞다고 생각한다. 

전예슬은 김은숙과의 대화에서, 고영창의 행동은 폭력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김은숙은 냉정하게 상황을 말해준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폭력이라고, 불법촬영물 속의 장면도 사랑이 아니라 성폭행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고영창은 자신의 범죄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서 올릴 생각을 한 놈이다. 전예슬은 왜 자꾸 폭력을 사랑으로 착각할까? 폭력을 당하는 피해자들은 자존감이 깎여서 정상적인 사고를 못한다고 한다. 그리고 원래 사랑은 사람을 비이성적으로 만든다. 볼빨간사춘기 노래가사에도 이런 말이 있다. 나는 이성적인 게 싫다고, 이성적이면 사랑할 수 없다고 노래한다. 고영창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준 착하고 똑똑한 여자 전예슬을 폭행해서, 좋은 여자를 제발로 찬 꼴이다. 전예슬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자신을 구타하고 성폭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힘들어한다.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범죄자 그것도 성범죄자라는 걸 인정하는 건 그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갈등하는 유승재

양종훈의 재판에서 진형우는 양종훈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재판 도중 혈당수치 검사기를 추가 증거물로 제출한다. 양종훈 측에서 미리 증거물의 반박자료를 준비하지 못하도록 일부러 재판 도중에 제출하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양종훈은 이를 지적하지만 재판장은 결국 증거를 채택한다. 양종훈은 재판장이 이런 행동을 받아들이는 이유도 시청자들에게 알려준다. 1심재판에서 증거채택을 하지 않으면 2심재판에서 증거가 채택되고 재판결과가 뒤집힐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점점 양종훈 측이 불리해지는 상황 속에서 유승재의 증언이 절실해진다. 진형우는 양종훈에게 왜 강솔B를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냐고 몰아치지만, 양종훈 입장에서는 강솔B보다 유승재를 설득하는 데 시간을 쓰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기 때문이 그랬을 것이다. 유승재를 제외한 다른 증인들은 너무 애매해서 진형우 측이 충분히 반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안타깝지만, 재판이 열리는 법정 코앞까지 갔던 유승재는 아내의 당장 오라는 전화 한통에 돌아서고 만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는 건 이렇게 쉽지 않은 일이다. 평생을 함께 살아가야 하는 아내에게도 남편이 와주는 게중요하고, 자신의 증언 한마디에 인생이 걸린 양종훈에게도 자신이 굉장히 필요한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일부러 시청자를 안달나게 만들려고 이렇게 설정한 것이다. 만약 아내가 주인공인 드라마였다면 유승재는 분명 아내를 내팽개치고 양종훈에게 달려가 증언했을 것이다. 그래야 갈등상황이 고조돼서 드라마가 재밌어지기 때문이다. 유승재의 아내는 힘겨운 시술을 이겨내고 마침내 안정적인 임신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아기를 봐서라도 열심히 하라는 아내의 말에 유승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고영창을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했지만 욕만 먹고 나온 전예슬은, 아내와 대화 후 병원을 나오던 유승재와 마주친다. 유승재는 고영창이 꾸준히 치료받으면 좋아질거라며 전예슬을 위로해준다. 그리고 전예슬이 거짓증언을 하지 않고 용기내어 진실을 말한 것을 칭찬한다. 자신이 진실된 증언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전예슬은 '내 한마디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겠더라'며 유승재의 마음이 흔들리게 만든다. 유승재가 양종훈을 위해 진실된 증언을 하면 양종훈은 풀려나지만, 유승재는 몰래 연구실에 들어가 노트북을 해킹하려고 한 죄와 그동안 다른 교수들 노트북을 해킹했던 죄까지 인정하는 꼴이 된다. 그럼 힘들게 들어간 로스쿨을 그만둬야 한다. 아내가 임신해서 로스쿨 더 열심히 다니라고 하는 상황이라서 그는 갈등한다. 하지만 솔직히 갈등할 이유가 없다. 그가 갈등하는 이유는 자신의 범죄를 숨길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김은숙과 양종훈은 그의 범죄를 눈치챘다. 그들 앞에서 계속 당당하게 수업을 받으며 로스쿨을 다닐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자식에게도 부끄러운 짓이다. 

전예슬 1차 공판

상대가 대권주자 고형수 의원이라서 그런지, 아무도 전예슬을 변호하려고 하지 않는다. 김은숙은 로스쿨 교수로 재직 중이라 변호사 활동이 금지되어 있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다들 전예슬에게 고영창을 찾아가 무릎이라도 꿇고 합의하라고 말하지만, 전예슬은 이미 무릎 꿇고 사과했다가 욕막 먹고 나온 상태라서 그런지 모든 걸 포기한 눈빛으로 앉아있다. 이때 강솔A는 양종훈과의 대화를 통해 힌트를 얻어 전예슬이 합의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찾아내고 이를 한준휘에게 달려가 말한다. 한준휘는 기다렸다는듯이 관련 법안 출력물을 강솔A에게 건넨다. 드라마 볼 때는 몰랐는데 생각해보니 어이가 없다. 그냥 똑똑한 한준휘랑 양종훈이 쿵짝쿵짝해서 전예슬 합의 안해도 되게 도와주면 될걸, 굳이 힌트주고 기다려주고 해서 강솔A가 방법을 알아내도록 만든 이유가 뭘까?  

전예슬이 재활용도 안되는 쓰레기보다 못한 고영창과 합의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은, 바로 정당방위를 주장하는 것이다. 로스쿨 스터디 학생들과 김은숙 교수는 전예슬의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힘을 모은다. 전예슬 1차 공판에서 상대측 고영창 편에는 어마어마한 변호사 군단이 자리잡고 있다. 이 모습에 스터디 학생들은 기겁을 한다. 전예슬은 변호사 한명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 더 비교된다. 분명 전예슬이 100% 피해자고 고영창은 100% 가해자고 지가 잘못해서 뒤로 자빠지다가 대가리 깨진 건데 왜 이렇게 억울한 상황인건지 답답하기만 하다. 다행히 드라마 속 상황이라 사이다를 주겠지만, 현실이라면 너무 억울해서 돌아버릴 것 같다. 전예슬 측은 피해자인데도 불구하고 국선 변호사도 사임하는 판국에, 저쪽은 잘못해놓고도 변호사를 왕창 모아놓고 당당해하는 모습이 너무 빡친다. 

이때 아무도 없는 전예슬에게 양종훈이 구원자로 등장한다. 양종훈은 자신도 지금 재판에서 불리하게 돌아가는 형국인데, 자기 학생 돕겠다고 나서는 모습이 참 대단하다. 드라마 로스쿨 9화는 양종훈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며 끝이 난다. 양종훈이 어떻게 전예슬의 변호사로 나설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음화에 나올 것 같다. 과연 양종훈 혼자서 힘 있는 의원의 변호사 군단을 이길 수 있을까? 당연히 주인공이니까 이기겠지만 다음 내용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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