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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한국드라마

[드라마] 시지프스 결말 해석 (넷플릭스 드라마 추천)

by 티라 2021.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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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시지프스>

드라마_시지프스



작품은 끝났지만 풀리지 않은 결말

솔직히 드라마 <시지프스>를 보면서, 결말뿐만 아니라 중간중간에도 스토리 따라가기가 벅찰 때가 종종 있었다. 그래도 드라마 속 인물이 하나하나 다 설명해주는 것보다는, 암시적으로 표현되는 게 더 재밌다. 드라마 <시지프스>는 결말 부분에서 한태술이 비행기를 탄 장면으로 되돌아간다. 일부러 엔딩에 나오는 장면을 초반에 보여줌으로써 자동으로 떡밥 회수가 되도록 한 것 같다. 강서해가 업로더를 타는 장면도 무슨 상황인지 몰랐는데, 마지막 화에 와서야 설명이 됐다. 하지만 시원하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바로 비행기에서 노란색 옷을 입고 한태술 옆에 탄 강서해의 모습이다. 그래도 상큼한 노란색을 보니까, 주인공들이 반복되던 악몽의 굴레를 벗어나 평온한 휴식을 취하는 것 같아서 엔딩 느낌이 났다. 옷 색깔 선택을 참 잘한 것 같다. 옷 색깔은 이해가 되는데 결말이 살짝 의아했다. 열린 결말일수도 있지만, 한번 해석해보겠다. 최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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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술이 자살하면서 업로더를 탔던 모든 사람이 과거 속으로 사라졌다. 그들은 시그마의 협박으로 한태술이 업로더를 만든 이후, 그걸 타고 과거로 넘어온 사람들이니까. 그래서 강서해도 없어진다. 그래서 어떻게 비행기에서 한태술 옆에 미래의 강서해가 존재할 수 있는지 많은 시청자들이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한태술이 살던 시점의 강서해는 9살이다. 한태술도 처음엔 의아한 눈으로 강서해를 바라보다가 그냥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서해의 어깨에 기대면서 드라마는 끝이 나고, 마무리는 시청자들의 몫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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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진지한 결말 해석

첫번째 해석은, 강서해가 한태술에게만 보이는 환영이라는 설정이다. 업로더가 개발되지 않았으니 미래의 강서해가 과거의 한태술 곁으로 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평소 한태술은 형의 헛것을 자주 봐서, 헛것을 본다는 설정이 크게 무리없이 설득력을 갖는다. 그는 헛것이라도 좋으니 함께 있으면 됐다는 생각에, 약을 버리고 강서해를 안아준다. 기내 1등석 내부라서 주변에 관찰자 역할을 해줄 사람이 없어서, 강서해가 환영인지 여부는 알 수 없다는 점이 신비함을 더해준다.

두번째 해석은 강서해가 과거를 떠도는 존재가 된 것이다. 원래 몸은 잠들고 의식만 과거를 떠돌게 하는 주사가 사라지지 않았다면, 9살 강서해가 커서 주사를 맞고 의식만 과거로 돌아가는 것도 가능하다. 이 경우, 같은 시간대에 존재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강서해의 존재는 불안정하다. 그러나 9살 강서해가 사는 세상에는 업로더가 없기에, 과거로 돌아가 한태술을 사랑하게 될 일이 없다. 자신의 사체를 만지면 미래의 기억이 과거로 넘어올 수 있지만, 미래의 강서해는 그냥 사라졌기에 남아있는 사체도 없다. 일기장을 보고 알 수도 있지만, 일기장에 써 있는 말만 보고 9살 서해가 생판 모르는 아저씨를 사랑하게 될 가능성도 없다. 그래서 강서해가 어떻게 한태술에게 연인으로서의 감정을 유지하고 있는지가 설명되지 않는다.

세번째 해석은 한태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업로더를 만든 경우다. 그렇다면 미래의 강서해는 업로더를 타고 과거의 한태술을 만날 수 있고, 업로더로 인한 비극으로 둘이 사랑하게 될 가능성도 있게 된다. 이 세상에 천재가 한명만 태어나라는 법은 없으니까 새로운 천재가 만들었을수도 있고, 형 한태산이 업로더 제작방법이 담긴 가방을 통해 만들었을 수도 있다. 극중에서는 한태산이 깨어나는 모습까지만 보여주지만, 그 후 한태산이 모종의 이유로 업로더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시그마 또는 다른 누군가에게 협박을 당해서일지, 아니면 본인의 욕망을 위해 만들었을지는 알 수 없다. 이 경우 주인공은 결국 시지프스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결말이기 때문에, 마냥 해피엔딩으로만 볼 수는 없어서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네번째 해석은 다 꿈이라는 것이다. 비행기 안에서 잠깐 잠든 한태술이 꾼 꿈 말이다. 애초에 꿈 내용이 한태술이 주인공이고, 모두가 우러러보고 좋아해주고, 업로더를 만들지 않고 세상도 구하고 연애도 하고 악당도 죽이면서 부와 명예와 사랑을 모두 쟁취하는 설정이니 가능성이 아주 없진 않다. 그런데 대놓고 드라마에서 다 꿈이었다고 하면 시청자의 분노를 살까봐 신비롭게 처리한 것이다. 이 해석은 고전소설 <구운몽>을 떠오르게 한다. 부와 명예, 사랑 모든 것을 가졌으나 결국 다 꿈이었고, 깨고 나니 다 부질없다며 훌륭한 스님이 되는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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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는 추천하고 싶은 작품

결말은 석연치 않지만 전반적으로 의문의 실마리가 다 풀려서 재밌게 봤다. 복잡한 설정일수록 결말까지 탄탄하게 마무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떡밥을 딱딱 회수해가는 모습이 너무 뿌듯하고 좋다. 이 글을 읽었더라도, 드라마를 보면 여기서 설명하지 않은 부분도 많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꼭 보길 추천한다. 그런데 영화 <어바웃타임>도 그렇고 드라마 <시지프스>도 그렇고,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콘텐츠들은 하나같이 다 부질없다는 교훈을 준다. 시간을 되돌려봤자 과거는 바꿀 수 없으니 현재를 최선을 다해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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