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사랑의 이해> 리뷰
드라마 '사랑의 이해'는, 수협은행 직원 안수영(문가영)과 하상수(유연석)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 안수영과 하상수를 둘러싼 인물들 간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묘사하다보니, 딱히 복잡한 스토리가 없다. 그래서 밥 먹으면서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다. 주인공 안수영은 은행 내에서 자신에게 들이대는 무례한 남직원에게 웃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예쁘고 도도한 여직원으로 소문이 돈다. 그래서 처음에는 재수없는 캐릭터로 그려지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안수영의 개인사가 드러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산다. 근데 솔직히 주인공이니까 그렇지 '안수영'이라는 캐릭터가 주인공이 아니었다면 어마어마하게 욕먹을 스토리다. 안수영은 청원경찰 정종현(정가람)과 사귀는 도중에 하상수와 사랑을 나누는 등 사연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되게 이상한 사람으로 그려진다. 근데 그 속사정을 자기자신이 아니면 누가 알겠는가? 그래서 모두에게 오해받는 상태로 안수영은 은행을 떠난다. 정말 답답한 주인공이다.
그런데도 드라마 '사랑의 이해'를 계속 보게 되는 이유는 뭘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일수도 있지만 꽤 설득력있게 묘사되는 주인공의 심리 전개 덕분이기도 하다. 안수영이 왜 그렇게 괴이한 선택을 해나가는지 시청자들이 공감하게 만든다. 그리고 안수영만 답답한 게 아니라 하상수와 박미경(금새록) 또한 어마어마하게 답답한 인간들이다. 아마 이 드라마 작가 역시 장난 아니게 답답한 성격이 아닐까 싶다. 요즘 드라마 트렌드는 속시원하게 사이다를 날려주는 것인데, 드라마 '사랑의 이해'는 이런 트렌드에 역행하면서도 인기를 끌고 있으니 어찌보면 대단하다.
모든 걸 다 가진 다이아수저, 박미경은 정작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은 갖지 못한다. '박미경'은 드라마 '사랑의 이해'에서 유일하게 현실성 없는 캐릭터다. 이런 다이아수저가 왜 급이 맞지 않는 남자 '하상수'에게 몇번이고 차이면서도 끝까지 매달린단 말인가. 정말 비현실적인 스토리다. 게다가 하상수는 박미경과 데이트하는 내내 똥 씹은 표정이다. 하상수는 박미경에게 고가의 선물을 받았을 때조차, 기뻐하기는커녕 굉장히 불편한 표정이며 여친에게 전혀 고마워하지도 않는다. 물론 그 이유는 자신이 대등한 위치가 아니라 아랫사람 같다고 느껴서이긴 하지만, 어쨌든 박미경 입장에서는 최악의 남친이고 전혀 매달릴 이유가 없는데도 억지를 쓰며 끝까지 하상수와의 연애를 계속하려는 모습이 좀 현실성이 없었다.
그리고 박미경의 어머니도 하상수 어머니와 친해지고 싶어서 다가가지만, 하상수 어머니는 자신이 철저하게 박미경 어머니의 아랫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아무리 좋은 선물을 받고 매번 '친구'라는 소리를 들어도 그저 씁쓸한 표정만 짓는다. 이렇듯 어쩔 수 없는 경제적 수준 차이를, 드라마 '사랑의 이해'는 선명하게 보여준다. 불편한 상황을 오히려 정면으로 다루는 느낌이다. 그래서 해석의 여지가 많아 더 재밌는 드라마인 것 같다. 시청자에게 주도권을 내어주기 때문이다.
안수영 역시 어려운 가정형편에 은행에서도 계약직이라서, 하상수와 급이 다르다고 느껴 그를 억지로 계속 밀어낸다. 하상수 또한 그런 차이 때문에 안수영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한다. 은행 내 다른 직원 양석현(오동민)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사랑하지만 어려운 형편의 여자친구를 떠나 돈 많은 여자와 결혼한 양석현은, 결국 전여친과 바람이 나며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상태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한다. 하상수가 박미경과 안수영 사이에서 애매해진 것과 비슷한 전개다. 그러니까 태도를 처음부터 끝까지 확실히 해야 이런 일이 없다. 이렇게 드라마 '사랑의 이해'는, 충분히 현실 속에서도 있을 법한 고민, 그러니까 '사랑'과 '돈'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간의 본능에 대해 다루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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