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네가 얻은 건 전부
네가 잃은 것들로 이룬 거니까
멸망이 아니라 사랑이 들어왔다
드라마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멸망이(서인국 분)는 다시 태어나고, 탁동경(박보영 분)은 다시 사랑을 되찾는다. 어떻게 된거냐면, 일단 탁동경은 암에 걸렸고 멸망이는 동경이를 사랑한다. 신은 딱 두가지 선택지만 줬다. 동경이가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인 멸망이가 죽거나, 이 세상 전체가 다 멸망해야 동경이의 병이 낫는다. 처음부터 말도 안되는 로맨스만을 위한 억지스런 설정 같지만, 드라마를 보다보면 점점 빠져들고 스토리는 점차 설득력을 갖춘다. 애초에 사랑이란 감정 자체가 말도 안되는 감정이기도 하다.
결말 요약정리
1. 탁동경이 암에 걸린 후 세상이 멸망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자, 이를 듣고 멸망이가 탁동경 앞에 나타난다
사이다 결말을 위해 다들 그렇듯이, 이 드라마도 초반에 고구마를 잔뜩 먹인다. 탁동경은 죽고싶을 정도로 괴로운 삶 속에서 몸부림치며 술에 취해 세상이 멸망하게 해 달라고 술 주정을 부리고, 혼자 멋있는 척하며 술을 홀짝이던 멸망이가 피식 하며 탁동경 앞에 나타난다. 로또 되게 해달라는 소원에 지쳐있는 그에게 신박한 소원이었기 때문에 흥미가 생겼던 것이다.
2. 둘은 사랑에 빠지고, 멸망이가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너무 괴로운 나머지 탁동경은 기억을 지워달라고 한다
여차저차해서 탁동경과 멸망이는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후 탁동경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야 병이 낫는 저주에 걸리고, 멸망이와 헤어지기 싫은 나머지 기억을 지워달라고 한다. 참 변덕스럽다. 언제는 멸망이를 사랑해서 그가 사라지고 자기 병도 낫게 되면 완벽한 계획이라며 좋아하더니 막상 사랑하게 되니까 울고불고 난리다. 인간이란 존재는 역시 나약해...
3. 기억이 지워졌지만 운명처럼 다시 이어진 그 둘은 멸망이의 무의식 세계로 가서 기억을 되찾는다
드라마 작가의 조종에 의해 둘은 자꾸자꾸 마주치고 다시 사랑하게 되려 한다. 기억을 지우는 것은 당장 눈앞의 고통을 회피하는 것일 뿐 진정한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둘은 멸망이의 깊은 무의식으로 들어가 다시 기억을 되찾고, 사랑도 되찾는다. 고통도 다시 되살아난다. 하지만 이제는 가슴 아픈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가혹한 현실을 마주한다.
사실 박보영은 대머리가 될 뻔했다(!). 탁동경은 암 투병생활을 위해 미용실에 가서 빡빡이로 밀어달라고 한다. 솔직히 시청자로서 박보영이 코빅도 아니고 드라마에서 대머리 분장을 하면 너무 충격적일 것 같아서 진짜 할까 의아했는데 역시 하지 않았다. 탁동경의 이모가 두상이 예뻐서 밤톨같았다며 눈물 흘리는 장면까지 있었는데 페이크였다. 미용사가 대머리로 밀기 직전, 탁동경은 대머리라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기절한다. 사실 그게 아니라 몸이 갑자기 안좋아져서 기절한다. ㅋㅋㅋ하지만 난 이미 박보영의 대머리를 상상해버렸다... ㅠㅠ 박보영, 아니 탁동경은 어차피 살아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수술을 과감히 포기하고 대머리도 하지 않게 된다.
4. 멸망이는 탁동경을 위해 소멸을 택하고, 탁동경은 병이 완치되지만 멸망이 없는 세상을 살아간다
솔직히 탁동경은 살고 싶었던 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왜 세상을 멸망시키지 않고 지만 살고 멸망이를 희생시켰겠냐 말이다. 살고싶지 않다는 처음 그 소원은 사라지고, 다시 사랑하고 싶다는 욕망만 남았다. 역시 인간은 간사해... 아무튼 살아난 탁동경은 멸망이를 그리워하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그와중이 금수저 건물주가 자기 회사를 차린 게 너무 부럽다. 돈 많으니까 자기 고용하고 싶은 사람만 딱딱 고용해서 자기 맘대로 운영할 수 있는 회사도 딱딱 차리고 막 너무 부럽네.
5. 진정한 사랑을 배운 멸망이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 탁동경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간다 끝.
신은 말한다. 인간세상은 꽃밭이고 인간은 꽃이고 멸망이는 나비였다고. 그리고 자신은 정원의 관리자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왜 신은 멸망이에게 사랑을 배워서 사람이 되게 했을까? 그 이유는 감정 없이 건조하게 세상 이곳저곳을 멸망시키며 사는 멸망이가 불쌍했기 때문이다. 멸망이는 자신의 삶이 죽지 않고 영원했지만, 매 순간이 시한부 인생 같았다고 말한다. 삶이 무한히 지속된다고 해도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멸망이는 비록 유한한 인간의 삶이라도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지금이 더 좋다고 말한다. 그 감정은 바로 '사랑'이다. 드라마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는 사랑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우주를 단 한 사람으로 축소하고
한 사람을 신으로 확대하면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운명적 사랑에 대해
드라마 '멸망이 들어왔다'에서는 끊임없이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랑이 이 세상의 전부라고 말한다. 탁동경은 신에게 '내게 왜 이런 시련을 주었냐'고 묻는다. 이에 신은 다음과 같이 답한다. '그 애는 니기 살길 원하니까. 아주 행복하게 살길 원하니까. 누군가는 살아야하니까. 살아서 느껴야하니까'라고 말이다. 그리고 신은 '모든 것은 원래 이렇게 될 운명이었다'고 말한다. 시청자들도 깨닫는다. 작가의 위대한 의도를. 지금 이 깊고 넓고 따뜻하고 충만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 위해 지금까지 그렇게 스토리가 달려왔다는 것을.
너무 탁동경과 멸망이 얘기만 했는데, 나지나(신도현 분)와 차주익(이수혁 분)의 러브스토리도 꿀맛이다. 마지막에 정말 인터넷 소설 뺨치는 명대사를 쏟아내며 꺅~! 소리가 절로 나며 손발이 오그라들게 만든다. 나지나는 드디어 첫사랑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고, 차주익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이현규와 나지나도 깨닫게 된다. 결국 이렇게 될 거였다고. 끝나면 안될 것처럼 애절하게 간절하게 매달린 사랑이었지만, 결국 이렇게 정리될 감정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렇게 그들은 정리를 끝내고, 차주익은 시원하게 나지나를 향해 직진한다. 역시 요즘은 직진남이 대세다. 차주익은 이현규와 나지나가 드디어 끝냈다는 걸 알고 자신감 있게 들이댄다.
'TV > 한국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라마] 마인(MINE) 주요 출연진 소개/전반부 리뷰 (0) | 2021.07.01 |
---|---|
[넷플릭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11화 리뷰 (0) | 2021.07.01 |
[넷플릭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10화 리뷰 (0) | 2021.06.29 |
[넷플릭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9화 리뷰 (0) | 2021.06.29 |
[넷플릭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8화 리뷰 (0) | 2021.06.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