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길모어걸스 시즌1: 6화 리뷰
길모어걸스 6화에서는 전형적인 긴 생머리 여고생이던 로리 머리스타일이 파마머리로 바뀐다. 외국은 두발규제가 없나보다. 외국 고등학생들도 귀밑 3센치같은 머리를 일제히 하고다니면 우스울 것 같다. 아무튼 로리는 생일을 맞아 예쁜 웨이브머리와 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선보인다. 솔직히 아이 입장에서는 생일파티에 가족과 친구들만 있어도 즐거운데, 부모가 욕심을 내서 반 아이들을 모두 초대해 일을 벌이곤 한다. '같은 반 친구들'이라는 말은 옳지 않다고 오은영 박사님이 말씀하신 데 크게 공감한다. 같은 회사 다닌다고 다 친구가 아니듯이, '같은 반 사람들'일 뿐, 친구는 아니다. 로리의 할머니도 같은 반을 넘어 같은 학교 아이들을 몽땅 초대해서 착하고 순한 양 같던 로리를 열받게 만든다. 로리가 싫어하는 아이들도 초대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초대받은 아이들도 부모의 압박 때문에 억지로 왔다는 설정이라서 더 답답한 상황이다. 왜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생일파티를 열어야만 하는지 모르겠다. 당사자가 초대하고싶은 사람만 초대하는 게 기본상식인데 말이다.
로리는 단골카페에서 친구와 둘이 수다를 떠는데, 카페 사장님이 로리의 생일선물로 한 테이블에 풍선과 작은 케이크를 세팅해준다. 그게 거창한 생일파티보다 훨씬 더 예쁘고 좋아보였다. 대규모 파티를 열어 사람들을 잔뜩 초대하고 각종 장식을 완벽하게 꾸미는 데서 즐거움을 얻는 사람도 있지만, 그게 괴로운 사람도 있다. 할머니는 전자고, 로리는 후자여서 트러블이 생겼다. 결국 로리는 화가 나서 자신도 모르게 할머니가 파티에서 체면을 구기게 만든다. 로리가 화난 이유는 할머니가 자기 스타일 파티 방식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그제야 로리는 엄마가 왜 할머니랑 사이가 좋지 않은지 깨닫는다. 로리 엄마 로렐라이는 부모의 강요 속에 자기맘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 하나 없이 평생을 감옥처럼 살았을 것이다. 그래도 할머니는 로리가 좋아하는 생일선물을 사기 위해 처음으로 마음을 열고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지금은 어설프게 다가가지만, 앞으로 점차 로리는 물론 자기 딸 로렐라이와도 가까워지는 할머니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장면이다.
사람에게는 선택의 자유가 보장될 때 행복이 극대화된다. 선택지가 좁아질수록 고통스럽다. 물론 우유부단한 성격이면 선택 자체도 고통일 수 있지만, 그럴 땐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면 고통이 완화된다. 사실 우유부단함은, 맘에 드는 선택지가 없어서 생기는 현상이다. 내가 좋아하는 선택지가 딱! 있으면 고민할 이유가 없다. 내가 초코우유를 좋아하는데 선택지가 딸기우유랑 바나나우유밖에 없으면 고민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우유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된다면,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천천히 생각해보길 바란다. 선택지에 내가 좋아하는 게 없는 건 아닌지 다시 한번 살펴보자.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려면, 많이 경험해보고 시도해봐야한다.
이름이 기억이 안나서 그냥 '버스 남자애'라고 칭하겠다. 전교생에게 생일초대장을 뿌려버린 할머니 때문에 카페에서 친구와 고민상담 중이던 로리는, 우연히 그 버스 남자애를 보고 잠깐 설렘을 느낀다. 근데 놀라운 건 나도 같이 설렘을 느꼈다는 거다. 보통 한국 드라마에서는 10대 남녀들의 사랑이 너무 작위적이고 인위적이어서 설레지 않고 오글거리기만 했는데, 카페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멀리서 입모양으로 '생일축하해'라고 웃으며 말해주는 장면은 나를 한없이 설레게 만들었다. 그렇다. 설렘포인트는 별다를게 없다. 그저 진심이 느껴지기만 하면 충분하다. 로리를 너무나 좋아해서, 로리를 보기만 하면 그냥 좋고 설레는 남자애의 마음이 전달되어서 시청자도 함께 설레는 것이다. 참 순수하고 예쁜 마음이다. 이건 드라마로 꼭 봐야 한다.
반면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들이대던 '트리스턴'은 로리의 혐오감만 산다. 로리가 하는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기 하고싶은 말만 하던 그는 결국 로리가 가장 싫어하는 남자애가 되고 만다. 흔히 티키타카가 되는 연인을 만나야 행복하다는 말이 있다. 반대 명제도 성립한다. 티키타카가 안되는 사람은 친구든 연인이든 언젠간 사이가 멀어지게 된다. 티키타카는 탁구 치듯이 대화를 서로 주고받는 것이 잘 되는 것을 말한다. 물론 이런 트리스턴을 좋아하는 여자애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제 짝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아무튼 그는 로리의 마음을 한 조각도 얻지 못한다. 상대방을 설레게 하고 싶다면,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서서히 서로의 관심사를 알아내야 한다. 친구를 사귈 때도 마찬가지다. 천천히 서로에게 물들어 연인이 되어서 손을 잡으면 사랑이지만, 갑자기 들이대며 손을 잡으면 불쾌한 일을 당한 기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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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든 돈과 시간과 정성을 쏟아부어서 잘해줘도, 상대방이 원치 않는 것을 주면 소용이 없다. 로리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전교생을 생일파티에 초대한 할머니, 그리고 이름을 불러주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지어낸 이름을 부르며 들이댄 트리스턴을 보면 알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을 사는 데에는 화려하고 대단한 선물이 아니라, 작은 진심 한 조각이면 충분하다. 테이블에 풍선을 매달아 준 카페 사장님, 그리고 입모양으로 멀리서 생일 축하한다고 말해준 버스 남자애, 그리고 새벽에 달려와 옆에 누우며 생일 축하한다고 제일 먼저 말해주는 엄마 로렐라이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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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에는 내가 너무너무 사랑하는, "완벽한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로렐라이는 로리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아닌, 로리를 정말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만 모아모아 집에서 멋진 생일파티를 연다. 세련된 드레스를 입은 모습보다, 편안한 차림에 형광핑크색 숄을 두른 로리가 훨씬 행복해보이는 건 기분탓만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와도 멋지게 화해한다.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며 할머니가 "난 내 딸에 대해 하나도 몰랐어."라고 하는 부분은 슬프면서도 감동적이었다. 드디어 할머니가 딸에게 마음을 열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로렐라이는 로리가 풀숲에 숨어 몰래 연애하는 모습을 보며 표정이 굳는다. 마치 얼음을 갖다준 카페 사장님을 본 할머니 표정과 유사했다. 할머니는 그나마 관록이 있어서 부드럽게 대화하며 넘어갔지만, 로리의 연애가 처음인 엄마는 표정이 얼어붙는다. 과연 순순히 딸의 연애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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